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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을 돕는 방법

  •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우리 모두는 괴로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상실의 아픔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안 좋은 일 중 가장 견디기 어려운 일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나면 극도의 슬픔, 죄책감, 자기비난, 분노 등의 감정을 나타냅니다. 매우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괴롭지만 이러한 괴로움 감정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그러집니다. 그리고 고인이 없는 삶에 적응해갑니다.

    하지만 기일이나 고인의 생일, 가족행사 등의 고인과 관련된 날을 맞을 때마다 괴로운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러한 괴로운 감정들도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집니다.


    하지만 상실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 중 소수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고인이 없는 삶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복잡성비애 (Complicated grief)’라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사별 후 심리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심리적 반응을 보이나요?

    A.

    전문가들의 조사에 의하면, 복잡성 비애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고인을 생각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지나친 집중
    • 죽은 사람에 대한 강한 그리움과 갈망
    •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듦
    • 죽음과 관련된 사건에 관한 분노
    • 일상에 대한 무감각 혹은 무심함
    • 일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는데 문제가 있음
    • 사회 활동을 멀리 함
    •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함
    • 삶에 어떠한 의미나 목적도 없다고 느낌
    • 고인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고인이 내 앞에 서있는 것을 봄

    위와 같은 반응은 사별 후 심리적 어려움을 크게 겪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는 사별 후 일반적인 심리적 적응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이런 반응들이 사라집니다. 학계에서는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위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복잡성 비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 고통스럽더라도 사별 후 6개월은 기다려야 하나요?

    A.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인이 없는 삶에 적응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사별 후 심한 고통을 겪고 적응하기까지의 시간을 6개월 정도로 추정합니다.

    따라서 사별 후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전문적 도움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적응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심리적 고통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 어떤 사람들이 복잡성비애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나요?

    A.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복잡성 비애 등의 심리적 어려움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후 고통스러운 심리적 대처 과정을 겪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러한 심리적 고통 속에서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심리적 고통도 누그러지고 고인이 없는 삶에 점차 적응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인이 없는 삶에 적응하려는 동안에도 고인이 떠오르고 극심한 슬픔에 다시 휩싸이곤 합니다. 이처럼 상실에 대한 감정적 적응과 새로운 삶을 향한 회복의 과정을 왔다 갔다 하면서 견뎌내게 됩니다.

    복잡성 비애 등의 사별 후 심리적 어려움은 이와 같이 번갈아가며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 실패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인이나 죽음 그 자체에만 오랜 시간 머물러있다거나, 마치 고인의 죽음이 내 삶에 없었던 것처럼 새 삶에만 집중한다거나 할 때 복잡성 비애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가진 사람들이 사별 후 심리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재난, 자살 등의 충격적 사건으로 인한 죽음, 예기치 못한 사망, 죽음 현장의 목격 등의 죽음·고인 관련 요인
    • 아동기의 학대 혹은 방치와 같은 아동기의 외상성 경험
    • 부정적 인지 패턴 (예, “내가 이 죽음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미치고 말 거야.”)
    • 주변으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부족
    • 생활 변화에 대한 적응력 부족 (예, 경제적 문제)

    이와 같은 요인들을 가지고 계시고 사별 후 심리적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사별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으셨더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 흔히 알려져 있는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복잡성 비애 등의 사별 후 심리적 어려움은 다른가요?

    A.

    네. 몇 가지 점에서 다르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울증상은 그 원인이 불명확한데 반해, 복잡성 비애는 모든 증상이 고인 혹은 죽음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별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울증 치료방법(약물 + 인지행동치료)으로는 복잡성 비애 증상이 감소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죽음과 관련된 기억을 피하는 것이 주요 증상인데 반해, 복잡성 비애는 고인이나 죽음과 관련된 기억에서 오히려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의 뇌 사진 연구 등에서도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복잡성 비애는 다른 반응 형태를 띠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성 비애를 가진 사람에게서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많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복잡성 비애를 갖고 있다고 해서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 사별을 경험한 사람 중에서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나요?

    A.

    서구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 중 5% 정도가 복잡성 비애 등의 사별 후 심리적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울증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약 20% 수준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2천여 명을 대상으로 2014년에 처음 복잡성 비애 유병률 연구가 시행되었는데 5% 수준인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 복잡성비애 등의 사별 후 심리적 어려움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A.

    네. 집안일부터 직장 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혼자만 잘 살아도 되나?”하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면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심리적 대처도 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도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심리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상실에 대한 감정적 적응과 새로운 삶을 향한 회복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적응하면서 견뎌내게 됩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죄책감으로 인해 심리적 대처에도 일상생활의 과업에도 지나치게 회피하게 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평소에 해오시던 일상업무를 가급적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시고, 직장에서도 업무 시간 중 필요할 때에는 따로 개인적 시간을 가져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능한한 행정적 도움을 받아 필요한 때에는 본인만의 시간을 가지시길 권합니다.

  • 사별 후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평소 해오던 업무에 다소 차질을 빚는다면 약해보인다거나 전문적이지 못해보일까 걱정됩니다.

    A.

    전문적인 능력, 심리적 강인함 등을 갖췄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일에 더 잘 대처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괴롭고 슬픈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슬퍼해야 되는 상황에서 강해보이려고 노력한다거나 전문적으로 보이기 위해 감정을 지나치게 억누른다면 오히려 사별 후 심리적 적응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 제가 지금 복잡성비애 등의 심각한 심리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나요?

    A.

    현재로서는 학계 전체가 합의하는 진단 방법이 개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 논란이 많기 때문에 연구를 통해 검증된 내용을 다시 구성하여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한국에서는 안타깝게도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복잡성 비애를 측정하기 위한 척도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사용 가능한 수준임이 검증되었습니다.

    다음의 19가지 문항에 대한 응답의 총합이 25점이 넘으면 복잡성 비애감에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사별 후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심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기준은 서구의 연구 결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바탕으로 더욱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 심각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A.

    일단 사별 후 심리적 적응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와 다시 한 번 상의를 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치료는 주로 심리상담 치료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한 후 상실에 대한 고통스러운 감정을 견디고, 동시에 고인이 없는 삶에 적응하는 이 두 과정을 반복하며 적응해갑니다. 복잡성 비애감의 치료는 이 두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사별 후 심리적 치료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외국의 연구 결과를 보아도 사별 후 심리적 적응에 특화되지 않은 심리상담은 사별 후 적응을 돕는데 효과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사별 후 심리 치료에 관해 먼저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있나요?

    A.

    일단 주변에 도움을 청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믿을만하고 언제나 나를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심리치료에 임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죽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에의 적응을 준비하는 과정이 굉장히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가족 혹은 친구가 사별 후 심리적 적응 과정을 이해하고 치료 과정에 함께 할 때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 약물을 복용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사별 후 심리적 적응을 돕기 위해, 서구에서 수행된 항우울제를 이용한 연구도 아직 검증 중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별 후 심리적 적응을 돕는 과정에서 수행된 약물 치료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물을 복용해야 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울증상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관해서는 의사의 처방을 따르는 것이 옳습니다.

  • 자녀의 죽음의 경우에도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을까요?

    A.

    자녀의 죽음은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심리적 고통 중에 가장 큰 것일 것입니다. 상실의 감정을 극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자녀가 없는 새 삶에 적응하는 것도 힘듭니다. “자녀는 몇 명인가요?”와 같은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갑자기 큰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자녀의 죽음을 겪은 부모는 일반적으로 “왜 그것을 막지 못했을까?”혹은 때때로 “왜 내 아이가 그렇게 무모하고 부주의했을까?”와 같은 어려운 질문과 씨름합니다.

    자녀의 죽음을 경험한 부부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도 있지만, 서로를 비난할 수도 있고 서로를 피하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부부 관계에 스트레스를 초래하여 상실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리적 적응의 과정이 좀 더 길어지고 힘들어질 수 있지만, 효과적인 치료 과정을 위해 사별 후 심리적 적응 과정을 잘 알고 연구해 온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주변에 상실의 경험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A.

    사별한 분께 가장 중요한 도움은 옆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알게끔 해주는 것입니다. 친구분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힘들어하실 때에는 사별 후 심리적 적응에 관해 배우고 함께 치료에 나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산 사람은 살아야지.”등의 조언은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엇이 도움이 될지 당사자에게 묻고 당사자가 원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돕는 일이 심리적 적응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별을 경험하신 분들은, 고인이 평소 맡아서 하시던 일을 처리하지 못하실 때가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여성분들의 경우 재정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하는 데서 낭패감을 겪고 심리적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남성분들의 경우 집안일이나 육아의 문제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심리적 적응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을 조용히 도와드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께서도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덤벼드는 일을 삼가야 됩니다. 일단 사별 후 심리적 적응 과정에 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당사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 도움은 오히려 적응에 방해가 됩니다. 상실을 겪으신 분께서 전문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실 때까지 사별 후 심리적 적응 과정에 관해 천천히 설명해드리는 일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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